법원, '문서 기안 작성' 강요한 공무원 상사 행위 괴롭힘 인정

류연정 기자

부하 직원에게 불필요한 문서 기안 작성을 강요한 상사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채정선)는 지방 서기관급 공무원 A씨가 경상북도를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과장인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7급 공무원 B씨에게 특정 문서 기안 작성을 요구했다. 상사인 국장이 기안 작성을 중단했음에도 A씨는 '내가 다 책임진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기안 작성을 지시했다고 하라'며 B씨에게 지속적으로 기안 작성을 지시한 뒤 만들어진 기안을 제출했다.

A씨는 또 그로부터 3개월 전에는 B씨에게 더 낮은 직급이 담당하는 서무 업무를 맡기고 B씨를 '일이 없는 직원'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후 경상북도 인사위원회는 A씨의 두 행위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보고 징계를 의결했다.

반면 A씨는 기안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폭언, 욕설, 비난 등 강압적 행위가 없었고 B씨에게 '일이 없다'고 발언한 것은 바뀐 업무분장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라며, 전체 맥락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B씨보다 상급자인 점, 장시간 지속적으로 요구한 점 등을 이유로 "기안 작성 지시 행위는 비록 폭언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없었더라도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B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일이 없다'는 A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경력이 더 낮은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를 B씨에게 담당하게 한 것은 인사상 불이익으로 볼 수 있고 해당 발언은 B씨의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폄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두 행위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낸 징계 취소 청구를 기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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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T07:20:01Z dg43tfdfdgfd